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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의 매도세는 이어졌다.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미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대거 내다 팔며 8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순매수 종목에도 비관적이고 조심스러운 서학개미들의 투자 심리가 반영됐다. 반도체주 조정을 예상하며 다시 반도체주 인버스 펀드 투자가 늘었고 국채 펀드와 월배당 펀드의 인기는 여전했다. 개별 종목은 낙폭 과대주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한 소외주에 대해 선별적으로 순매수가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7~13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2억 2908만 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결제일 기준 지난 12~16일)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2.0%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2.2% 상승했다. 순매도 규모는 직전주(5월31일~6월6일)에 5000만 달러대까지 줄었으나 테슬라와 엔비디아, 반도체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차익 매물이 늘어나 다시 2억 달러대를 넘어섰다. 이 기간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1억245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직전주에 1억 1148만 달러에 이어 1억 달러대의 순매도가 이어진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7~13일 동안 주가가 16.9% 급등하며 260달러대에 육박했다. 이후 14~15일 하락하다 16일엔 단숨에 1.8% 오르며 260.54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는 올들어 111% 급등했고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과열됐다고 보고 차익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7~13일에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반도체주가 오를 때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였다. 이 기간 동안 SOXL은 737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는데 직전주 5002만 달러의 매수 우위에서 한주만에 급반전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지난 5월31~6월6일 사이에 1.7% 하락하는 동안에는 반도체주 반등을 기대하며 SOXL 매수에 나섰다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지난 7~13일 5.6% 급등하자 재빨리 SOXL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SOXL은 17.6% 급등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7~13일간 SOXL을 차익 실현하고 대신 반도체주가 하락할 때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로 갈아탔다. 서학개미들은 이 기간 동안 SOXS를 가장 많은 5293만달러 순매수했다. 반도체주가 단기 급등한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학개미들이 3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엔비디아로 5120만 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엔비디아가 오르는 동안 한주도 빠짐없이 순매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7~13일간 6.1% 올랐다. 이후 16일까지 3거래일간 4.1% 추가 상승했다. 지난주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마이크로소프트도 1867만 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와 S&P500S&P500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와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도 2563만 달러와 1968만 달러 순매도하며 미국 증시에 대한 비중을 축소했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도 1838만 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전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뱅가드 토탈 월드 스톡 ETF(VT)와 아이셰어즈 MSCI ACWI ETF(ACWI)에 대해서도 2190만 달러와 765만 달러 매도 우위를 보이며 글로벌 주식 전반에 대해 차익을 실현했다.

서학개미들은 직전주에 SOXL과 로봇 & AI ETF, 양자 컴퓨터회사인 아이온큐 등을 순매수하며 성장주에 대해 공격적인 매수 조짐을 보였으나 한주만에 다시 보수적이고 신중한 매수 태도로 돌아섰다. SOXS를 가장 많이 순매수하며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한 가운데 월배당 상품과 고배당 펀드, 국채 펀드가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대거 포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순매수 2위에 오른 글로벌 X 나스닥100 커버드콜 ETF(QYLD)가 눈에 띈다. 서학개미들은 QYLD를 2762만 달러 순매수했다. 이 ETF는 나스닥100 종목에 투자하되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전략에 따라 운용된다. 콜옵션 매도에 따라 프리미엄을 챙겨 주가 하락 시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연간 배당금 수익률도 11%가 넘는다. 다만 나스닥100지수가 상승할 때는 나스닥100지수 대비 상승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기술주 상승에 따른 차익을 일부 누리면서 높은 수준의 분배금도 지급받을 수 있고 나스닥100지수가 조정을 받을 때는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서학개미들의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아온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도 2582만 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TMF는 장기 국채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기 때문에 국채 펀드지만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 최근 들어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바이라이트 전략 ETF(TLTW)도 1176만 달러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TLTW는 미국의 장기 국채에 투자하되 콜옵션을 매도해 배당률을 높인 상품이다. 성장 배당주에 투자하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도 973만 달러 매수 우위로 서학개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개별 종목으로는 최근 주가가 폭등한 소프트웨어주인 어도비를 1088만 달러 순매수한 것이 눈에 띈다. 서학개마들의 매매 특징이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산다는 것인데 어도비는 유독 추격 매수하고 있어 주목된다.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한 루시드 그룹과 반도체주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한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1083만달러와 842만달러 순매수했다. 기술주에 집중된 매수세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 속에 올들어 수익률이 부진했던 코카콜라와 나이키가 920만 달러와 670만 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