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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은 요즘 뭘 사고 있을까?

Ryan_jini 2026. 10. 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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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내내 코스피에서 2조5000억원 넘게 팔아치우던 연기금이, 10월 들어서는 거꾸로 이틀 연속 한 종목을 쓸어 담았습니다. 같은 주체가 왜 2주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방향을 바꿨는지, 그리고 그 돈이 정확히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추적해봤습니다.

📌 이 글의 핵심
연기금의 9월 매도는 '시장이 나빠서'가 아니라 국민연금의 리밸런싱(비중 조정) 때문이었고, 그 와중에도 반도체·완성차 대신 에너지·2차전지·AI인프라 종목은 선별적으로 사들였습니다. 10월 들어선 아예 매수 우위로 전환했습니다.

왜 갑자기 연기금이 '큰손 매도자'가 됐을까

지난 7월 1일, 국민연금은 올해 초부터 한시적으로 유예해뒀던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재개했습니다. 작년 5월부터 1년 남짓한 사이 코스피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목표치인 20.8%를 훌쩍 넘어서버린 탓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 비중을 깎았어야 했는데, 당시엔 이 상승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변화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유예를 택했던 겁니다. 반년을 지켜본 끝에 결국 "목표 비중을 넘겼으니 덜어낸다"는 원칙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그 결과가 9월의 매도 폭탄입니다. 9월 1일부터 22일까지 국민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약 2조5000억원을 순매도했고, 특히 9월 15~22일 한 주 동안에만 1조4030억원을 팔아치우며 매도 강도를 급격히 끌어올렸습니다. 이 시기 코스피가 흔들릴 때마다 "연기금이 또 팔았다"는 기사가 쏟아진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팔기만 한 게 아니다 — 9월 한 달간 숨어있던 '사자' 종목들

흥미로운 건, 연기금이 코스피 전체를 비중 조정 차원에서 덜어내면서도 특정 업종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담았다는 점입니다. 박스권(박스피) 장세가 길어지자 "그냥 시장 전체를 따라가기"보다 "실적 개선 가능성이 뚜렷한 종목을 골라 담기"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됩니다.

9월 한 달간 연기금 순매수·순매도 상위 종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구분 종목 순매수·순매도 배경
매수 1위 SK이노베이션 +1,452억원 SK E&S 합병 효과, 윤활유·LNG 트레이딩 실적 호조
매수 2위 두산 +1,417억원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CCL(동박적층판) 수요 확대 기대
매수 3위 삼성SDI +1,306억원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단독운영 전환, ESS 생산능력 확대 기대
매도 1위 현대모비스 -1,802억원 완성차 업황 둔화 우려에 따른 비중 축소
매도 2위 삼성전자 -1,616억원 우선주 포함 시 약 2,946억원, 리밸런싱發 비중 축소

정리하면 "반도체 투톱(삼성전자·SK하이닉스)과 완성차는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2차전지·AI인프라 관련주는 실적 모멘텀을 보고 선별적으로 담는다"는 그림입니다. 이미 많이 오른 대형주의 차익을 실현해 다음 상승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는, 전형적인 '순환매' 포지셔닝으로 읽힙니다.

10월 들어 터진 반전 — 한온시스템을 이틀 연속 쓸어 담은 이유

그런데 10월 초 들어 흐름이 또 한 번 바뀝니다. 연기금이 전체 종목 가운데 이틀 연속 순매수 1위에 올린 종목은 다름 아닌 한온시스템이었습니다. 첫날 76만6,7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다음 날에도 102만7,700주를 추가로 순매수했습니다.

자동차 공조(에어컨·냉각) 부품 전문 기업으로 알려진 한온시스템이 연기금의 '픽'이 된 배경은 신사업 확장입니다. 기존 차량용 밸브·열교환기 기술을 데이터센터 열관리, ESS(에너지저장장치), 로보택시용 부품으로 확장하며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있고, 증권가에서는 관련 매출이 2027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신사업 기대감에 주가는 하루 만에 10%대 강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 자금 이동 관점에서 보면
한온시스템은 원래 '전통 자동차 부품주'로 분류되던 종목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데이터센터·ESS라는 키워드를 달자마자 연기금이 달려들었다는 건, 지금 시장의 돈이 "반도체냐 아니냐"가 아니라 "AI 인프라와 연결되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전력·열관리·에너지 저장까지, AI 밸류체인이 업종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증시 전체 그림과 연결해보면

공교롭게도 연기금이 매수로 돌아선 시점은 코스피·코스닥이 4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한 시점과 겹칩니다. 9월 28일 2.70% 급락(6,889.74) 이후 29일(-0.27%, 6,870.81), 30일(-0.48%, 6,838.04)까지 사흘 연속 조정을 거친 뒤, 10월 1일 미국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한국 9월 수출 역대 최대 실적(1,200억달러, 반도체 단일 품목 최초로 월 600억달러 돌파)이 겹치며 코스피는 1.95% 오른 6,971.35로, 코스닥은 4.48% 오른 894.29로 마감했습니다.

즉 "국민연금은 반도체를 덜어내는 중이었는데, 정작 시장은 반도체 훈풍으로 반등했다"는 다소 엇갈린 그림입니다. 연기금의 매도가 '반도체 전망이 나빠서'가 아니라 '비중이 기준치를 넘어서' 발생한 기계적 조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흐름이 모순된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벌어진 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반도체 수출·실적 훈풍은 10월 1일 치 단기 재료고, 리밸런싱發 비중 조정은 몇 달에 걸쳐 진행되는 구조적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 어디를 계속 지켜봐야 할까

연기금 매매동향을 볼 때 체크할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20.8%) 근처로 내려왔는지 — 내려왔다면 기계적 매도 압력은 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한온시스템처럼 '전통 업종 + AI 인프라 신사업' 조합의 종목이 추가로 부각되는지. 셋째, 에너지·2차전지 쪽 순매수가 일회성인지 추세적인지입니다. 2차전지 ETF로 분산 투자하는 방법은 지난 글 "2차전지 개별주 고르기 어렵다면, ETF로 투자해도 될까?"에서, 전력 인프라 테마는 "전력 인프라 ETF, 초보자도 하나쯤 담아도 될까?"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종목을 하나 찍기보다, 이번 주 연기금이 그린 '반도체에서 에너지·AI인프라로'라는 자금의 방향 자체를 기억해두는 편이 다음 투자 판단에 더 오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여러분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 연기금처럼 '비중 조정'을 위해 잘 오른 종목을 덜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들고 가시겠습니까?

투자 유의사항
본 글은 투자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연기금·기관 수급 데이터는 집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 투자 결정 전 최신 공시와 공식 데이터를 반드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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