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거래일, 개인 투자자들이 하루에만 1조4,397억원어치를 던지는 걸 보면서 나는 오히려 삼성전자를 담았다. 이 글은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사흘간의 고민과, 연휴 동안 지키기로 한 원칙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1. 화요일, PCB 급등장을 보면서도 손이 안 나갔던 이유
9월 22일 화요일, 장중에 코리아써키트가 +25.43%, 티엘비가 +16.93%, 심텍이 +12.47%까지 튀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1.82%로 밀리고 있었고, 이건 기관이 그동안 쌓아뒀던 물량을 차익실현하는 흐름이라는 걸 수급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지켜온 원칙이 하나 있다. "테마가 급등할 때는 최소 3일은 관망하고, 그 안에 수급과 실적 근거가 같이 확인될 때만 들어간다"는 원칙이다. 이수페타시스 급등 때도 이 원칙 덕분에 추격매수를 피했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PCB 테마는 지켜만 보고 넘어갔다.
2. 수요일, 숫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음 날인 9월 23일 수요일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0.90% 오른 7,080.92로 마감했는데, 투자주체별 수급을 뜯어보니 기관 홀로 +3,170억원을 순매수하고 있었다. 외국인은 -5,101억원, 개인은 무려 -1조4,397억원을 팔아치우는 와중에 기관만 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관 자금이 향한 곳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3.25% 오른 28만5,5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차익실현 대상이었던 SK하이닉스는 +1.20%(186만2,000원)로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화요일엔 SK하이닉스에서 돈이 빠지고, 수요일엔 그 돈이 삼성전자로 옮겨간 그림이 사흘 사이에 완성된 셈이다.
3. 개인 매도가 오히려 나에게는 신호였다
솔직히 말하면 개인이 하루에 1조4천억원 넘게 파는 걸 보면서 사는 게 쉽지는 않았다. "다들 파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나는 평소에 세워둔 원칙을 다시 떠올렸다. 기관이 3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구간에서 개인 매도가 유난히 몰릴 때는, 그게 오히려 개인 쪽의 패닉이나 단기 차익실현일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이다. 물론 항상 맞는 건 아니라서, 이번에도 계좌 전체 비중을 흔들 정도가 아니라 소액으로 분할 매수하는 선에서 움직였다.
9/23 장중 삼성전자 소량 분할 매수. 근거: ① 기관 3일 연속 순매수 지속 ② 개인·외국인 동반 매도는 방향성보다 연휴 앞 차익실현 성격으로 판단 ③ SK하이닉스 대비 상대적으로 덜 오른 구간에서 자금이 유입되는 로테이션 초입으로 해석. 비중은 전체 계좌의 일부 수준으로 제한.
4. 그런데 왜 SK하이닉스가 아니라 삼성전자였나
같은 반도체 대형주인데 왜 SK하이닉스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골랐냐고 물으면, 이유는 단순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화요일에 기관의 차익실현 대상이 된 상태였고, 그동안 상승폭도 더 컸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상태에서 수요일 하루 동안 기관 매수세가 새로 유입되고 있었다. 이미 달리고 있는 말에 올라타기보다, 자금이 막 옮겨가기 시작하는 지점을 잡고 싶었다.
5. 연휴 동안 내가 지키기로 한 원칙
나흘짜리 연휴 동안 포지션을 들고 가는 건 늘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도 몇 가지는 확실히 정해두고 연휴에 들어갔다.
- 레버리지나 미수는 절대 쓰지 않는다 (연휴 기간 변동성 리스크 때문)
- 목표가를 미리 정하기보다, 월요일 개장 후 기관 수급이 계속 들어오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 상승 갭으로 시작하면 일부 물량은 차익실현하고, 하락 갭으로 시작해도 애초 근거(기관 수급 로테이션)가 깨지지 않았다면 원칙대로 홀딩한다
이번 주 기관·외국인·개인 수급이 사흘간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체 흐름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 기관은 어디에 돈을 넣었을까?" 글에 더 자세히 정리해뒀다.
여러분이라면, 개인이 대량으로 던지는 물량 앞에서 기관을 따라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본 글은 필자 개인의 매매 경험과 판단 과정을 기록한 콘텐츠로,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언급된 시세와 수급 수치는 공개된 보도자료를 근거로 하였으나, 개인의 투자 결정과 그 결과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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