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7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답은 "누가 파는지"보다 "누가 그 물량을 받아내고 있는지"에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과 기관의 돈이 정확히 어디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머니로그 포토시에"의 관점으로 뜯어봅니다.
1. 9월 17일, 외국인은 7거래일째 팔았다
9월 1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56포인트(-0.04%) 내린 6,715.41로 약보합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은 오히려 6.20포인트(+0.76%) 오른 822.18을 기록했죠. 지수만 보면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수급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대체거래소(NXT) 물량까지 합쳐 2조 4,606억원을 순매도하며 7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기관은 2,291억원, 개인은 5,26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방향이 더 뚜렷합니다. 외국인이 판 자리에서 삼성전자(-0.39%), SK하이닉스(-0.80%), 삼성전기(-3.69%) 등 반도체·전자 대형주가 약세를 보였고, 대신 현대차(+0.28%), KB금융(+1.41%)과 방산·조선주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매파적으로 나온 9월 FOMC 결과(연준 기준금리 3.75~4.00%, 2026년 말 점도표 중간값 4.1%로 상향)를 시장이 계속 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외국인이 판다고 지수가 곧바로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물량을 "누가, 왜" 받아내고 있느냐입니다.
2. 일주일치를 펼쳐보면 — 외국인은 반도체를 팔고 있다
하루치 수급만 보면 흐름이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최근 6거래일(9/9~9/16) 누적으로 넓혀 봤습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11조 9,465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중 SK하이닉스에서 6조 2,945억원, 삼성전자에서 4조 8,775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두 종목 합계만 11조 1,720억원으로, 전체 순매도액의 93.5%가 사실상 반도체 두 종목에서 나왔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대신 사들인 자리도 뚜렷합니다. SK이노베이션(1,537억원), GS(1,273억원) 같은 정유·에너지주, 대한항공(1,238억원) 같은 항공주, 우리금융지주(1,105억원)·하나금융지주(486억원) 같은 금융지주,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670억원)·현대차(552억원)·셀트리온(552억원)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매크로 환경으로 인한 매도 압력 속에 반도체와 비반도체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실제 자금의 방향은 "반도체 축소, 정유·항공·금융·방산으로 분산"이라는 형태로 훨씬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3. 그런데 기관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기관의 대응입니다. 조금 더 앞선 5거래일(9/7~9/11) 구간을 보면, 개인이 삼성전자에서 4조 1,292억원, SK하이닉스에서 5조 2,270억원, 합계 9조 3,562억원을 팔았고, 외국인도 같은 두 종목에서 2조 6,395억원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기관은 이 물량을 그대로 받아내며 삼성전자 2조 9,447억원, SK하이닉스 7,923억원, 합계 3조 7,37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실제로 9월 16일 하루만 봐도 기관이 홀로 1조 2,104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5거래일 만에 반등(+1.37%, 6,717.97)시켰고, 이날 삼성전자는 +2.01%(25만 3,500원), SK하이닉스는 +4.08%(175만 9,000원)로 올랐습니다. 개인과 외국인이 던진 반도체 물량을 기관이 조용히 사 모으고 있었던 셈입니다.
| 기간/시점 | 외국인 | 기관 | 개인 |
|---|---|---|---|
| 9/7~9/11 (5거래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 -2조 6,395억 | +3조 7,370억 | -9조 3,562억 |
| 9/16 (코스피 전체) | - | +1조 2,104억 | - |
| 9/17 (코스피 전체) | -2조 4,606억 | +2,291억 | +5,261억 |
4. 왜 기관은 남들이 파는 반도체를 사들일까
기관이 반도체를 받아내는 배경에는 앞서 다룬 HBM4 공급망 이슈가 있습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SK하이닉스(약 70%)와 삼성전자(약 30%)의 HBM4만 탑재되고 마이크론은 사실상 배제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반도체 수요 자체는 확정적"이라는 판단이 기관 자금의 저가 매수 명분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HBM4가 정확히 뭔지 궁금하다면 HBM 총정리 글을 참고하세요.)
반면 외국인은 매파적 FOMC 이후 반도체 같은 고밸류 성장주보다, 금리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배당·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정유·금융·항공주로 옮겨가는 모습입니다. 같은 시장을 보면서도 "성장에 베팅하는 돈"과 "금리 리스크를 피하는 돈"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외국인 매도가 7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건 가볍게 볼 신호는 아닙니다. 지금은 기관이 받아내는 힘이 더 세지만, 이 균형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5. 정리하며 — 지금 봐야 할 건 지수가 아니라 수급의 방향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고, 특히 최근 6거래일 매도액의 93.5%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쏠려 있다. ② 그 판 물량의 상당 부분을 기관이 받아내며 반도체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 ③ 외국인이 반도체 대신 사들인 자리는 정유·항공·금융·방산 등 안정적 현금흐름 업종이다. 지수 등락률 하나만 보면 이 흐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누가 팔고 누가 사는지"를 함께 봐야 다음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외국인의 매도세와 기관의 매수세, 둘 중 어느 쪽 힘이 더 오래갈 거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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